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며 AI가 구리를 먹는 세계: 2026년 원자재 시장의 구조적 재편 [KR]

"구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석유다. 우리는 앞으로 30년간 10억 톤의 구리가 필요하다."
— 로버트 프리드랜드(Robert Friedland), 아이반호 마인스 창업자 (2026년 3월, PDAC 컨퍼런스)


Prologue: 시장 관찰자의 시선

세 금속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금은 2025년 한 해 65% 급등하며 50개 이상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은 147% 상승하며 4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고, 5년 연속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구리는 2026년 1월 LME에서 톤당 14,527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세 숫자는 단순한 가격 지표가 아니다. 이것은 세계 통화 질서의 재편,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 그리고 AI 시대의 인프라 혁명이라는 세 구조적 흐름이 하나의 원자재 시장에서 동시에 분출하는 신호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각 금속의 가격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움직이는 힘의 성격이다. 금은 더 이상 '공포 지수'가 아니다. 중앙은행이 전략적으로 달러 자산을 대체하는 구조적 매집이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은은 '가난한 자의 금'이라는 별명을 벗어 던지고 태양광 패널과 AI 칩의 핵심 소재로 산업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구리는 '닥터 코퍼'의 경기 선행 지표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이라는 새로운 수요 엔진을 장착했다. 이 리포트는 세 금속을 지정학·중앙은행·산업·개인투자자라는 네 가지 렌즈로 동시에 조명하고, 그 교차점에서 세계 경제의 현재 좌표를 읽는다.


EXECUTIVE SUMMARY

금은 J.P. 모건 2026년 말 목표가 5,055달러, 골드만삭스 4,900달러로 구조적 강세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 조사에서 중앙은행의 76%가 향후 5년간 금 보유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2026년 분기 평균 585톤의 중앙은행 매입이 예상된다.¹ 은은 2025년 Silver Institute 기준 약 1억 2,000만 온스의 역대급 공급 부족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25년 사상 최고가 64달러를 돌파한 은에 대해 BNP파리바는 2026년 100달러를 전망했으며, 태양광·EV·AI 하드웨어 수요가 구조적으로 공급 증가를 앞지르고 있다.² 구리는 J.P. 모건이 2026년 33만 톤의 정제 구리 부족을 전망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수요만으로 2026년 47만 5,000톤이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³


01. 금(Gold): 달러 패권의 균열이 만드는 구조적 매집

중앙은행의 전략적 전환: 매집의 구조가 바뀌었다

금 가격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변화는 매수 주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금 랠리는 개인투자자와 헤지펀드의 투기적 수요가 주도했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핵심 매수 세력이다. 2022년 이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2015~2019년 평균의 2배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전체 금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2019년 12%에서 2024년 약 25%로 두 배 확대됐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2025년 10월까지 83톤을 추가 매입하며 가장 공격적인 매수 세력으로 부상했고, 카자흐스탄·인도·터키·중국이 뒤를 따랐다. 폴란드의 목표는 전체 외환보유고에서 금 비중을 30%까지 높이는 것이다.

이 전략적 전환의 배경은 달러 기반 금융 아키텍처의 무기화(weaponization)에 대한 대응이다. 러시아의 SWIFT 배제, 이란 제재, 미국의 관세 무기화를 목격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자산 집중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10월에는 BRICS가 금 기반 'Unit' 통화 파일럿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시켰다. BRICS 동맹이 전 세계 금 생산의 약 50%를 통제한다는 사실은 이 움직임에 실질적 무게를 부여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의 반응: 즉각성과 지속성

2026년 2월 28일 미이란 전쟁 개전 이후 금은 즉각적인 급등보다는 안정적 고점 유지를 보여줬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 정확히 포착했듯, 지정학적 충격과 유동성 압박이 겹치는 초기에는 금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현금 조달을 위해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먼저 처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회복이 더 빠르고 강하며, 충격이 구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국면에서 금의 실질 수익률이 가장 돋보인다.

금이 이란 전쟁 충격에서 특히 강한 이유는 에너지 공급 충격이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면서 실질금리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더라도,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명목금리 상승 속도를 앞지른다면 실질금리는 하락한다. 이것이 금에 구조적 지지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이다. 금의 구조적 강세와 탈달러화 흐름에 대한 분석에서 살펴봤듯, 금 가격은 더 이상 단기 리스크 지표가 아니라 세계 통화 질서 재편의 장기 체온계로 기능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금 투자 흐름: ETF 재유입과 아시아의 실물 수요

2021~2024년 약 4년간 지속된 금 ETF 순유출이 2025년에 완전히 반전됐다. S&P SPDR(스테이트 스트리트) 분석에 따르면 금 ETF 재입고와 실물 수요의 동시 확대가 물리적 시장을 더욱 조이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수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서는 2025년 10개 보험사가 자산의 최대 1%를 금에 배분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상하이 금거래소에 6개 보험사가 계좌를 개설했다. 중국이 외국 국부펀드의 금 보관을 담당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어서, 기관 수요가 추가 확대될 여지가 크다. 인도에서는 금 ETF 운용자산이 2020년 대비 15.5배 급증해 109억 달러에 달했다.


02. 은(Silver): '가난한 자의 금'에서 '산업 문명의 필수 소재'로

5년 연속 공급 부족: 숫자의 구조

Silver Institute의 집계에 따르면 은 시장은 2025년 약 1억 2,000만 온스(Moz)의 대규모 공급 부족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21~2025년의 누적 부족량은 8억 온스를 초과한다. 문제는 공급 탄력성의 구조적 한계다. 전 세계 은 생산의 70% 이상이 금·구리·납·아연 채굴의 부산물로 생산된다. 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은만을 위한 신규 광산 개발이 즉각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은 공급이 수요 변화에 사실상 비탄력적임을 의미한다.

중국은 2026년 1월부터 은 수출 라이선스를 강화하며 글로벌 현물 공급을 추가로 압박했다. 런던 LBMA 창고의 은 재고는 2025년 내내 급감하며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이례적 현상(스팟 프리미엄)이 발생했다. 임대금리가 39%까지 치솟은 것은 현물 은의 물리적 부족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준다.

산업 수요의 폭발: 태양광·EV·AI의 삼중 엔진

은의 산업 수요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됐다. 2025년 기준 전체 은 수요의 약 59%가 산업용이다. 특히 태양광이 핵심 동인이다. 2026년 글로벌 태양광 발전 용량은 665G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 분야에서만 1억 2,000~1억 2,500만 온스의 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TOPCon 등 고효율 차세대 태양전지는 기존 패널 대비 50% 더 많은 은을 사용한다. EV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2~3배 많은 은(25~50g/대)을 소비하며, 2026년 EV 생산 1,400~1,500만 대에서 약 7,000~7,500만 온스의 수요가 창출된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 확충도 추가 수요다.¹⁰

이 산업 수요의 핵심적 특성은 가격 비탄력성이다. 태양광 패널 제조사나 EV 배터리 업체에게 은은 전체 생산 비용의 극히 일부다. 은이 두 배 비싸져도 패널 생산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Saxo Bank의 분석이 정확히 지적했듯, "공급이 고갈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이 가격 비탄력적 산업 수요가 은 시장 구조의 가장 강력한 장기 지지대다.

개인투자자의 은 투자: 인도의 급부상과 ETF 폭발

2025년 인도는 정제 은의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수입 규모는 약 92억 달러로 2024년 대비 44% 급증했다. 은 가격이 루피 기준으로 3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수요가 줄지 않은 것은 높아진 금 가격에 대한 대안 수요, 디왈리 시즌의 문화적 소비, 태양광·전자 제조업의 확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은 ETF 순유입은 2025년 약 1억 3,000만 온스를 기록하며 전체 보유 잔고를 8억 4,400만 온스로 끌어올렸다. 이 ETF 보유량이 물리적 시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소매 투자자의 경우, 은이 30달러를 돌파할 때 한 차례, 50달러를 돌파할 때 또 한 차례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됐다. '저렴한 금'이라는 심리가 접근성을 높이며 소매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¹¹


03. 구리(Copper): AI 시대의 새로운 석유

AI와 에너지 전환이 만드는 수요 혁명

구리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금속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전기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J.P. 모건은 2026년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구리 수요만 47만 5,000톤으로 전년 대비 11만 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대형 AI 시설 하나에 최대 5만 톤의 구리가 필요하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6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 전력망 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이 구리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전력망·전력 인프라가 구리 수요 성장의 60% 이상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³

EV 역시 강력한 수요 동인이다. EV는 내연기관차 대비 3~4배 많은 구리를 소비한다(약 80~100kg/대).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2026년 정제 구리 수요가 2.1% 증가해 2,873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공급 증가를 초과하는 15만 톤의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IEA는 2035년까지 구리 공급 부족이 수요의 3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충족하려면 21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채굴 투자가 필요하다.¹²

공급의 구조적 취약성: 광산은 빠르게 늘릴 수 없다

구리 광산 개발의 평균 소요 기간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15~16년이다. 지금 당장 투자를 결정해도 2040년 이전에 생산이 본격화되기 어렵다. 코델코(Codelco·세계 최대 구리 생산사)의 2025년 생산량은 133만 2,000톤으로 사실상 정체됐다. 그라스베르그(Grasberg·세계 2위 광산)에서의 치명적 이류(泥流) 사고로 2026년 1분기까지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전 세계 평균 구리 광석 품위는 2012~2022년 사이 13.4% 하락해 0.52%에 불과하다. 더 많은 광석을 처리해야 같은 양의 구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¹³

2026년의 복잡성은 J.P. 모건(33만 톤 부족)·골드만삭스(30만 톤 잉여)·ICSG(15만 톤 부족)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데 있다. 관세 불확실성으로 COMEX에 기록적인 사전 재고(50만 3,400톤·2026년 1월 20일 기준)가 쌓이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단기 가격 조정 가능성과 무관하게, 2027~2030년의 구조적 부족 방향에 대해서는 주요 기관들이 이견이 없다. 구리가 지정학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는 것도 이 맥락이다. DRC(콩고민주공화국)가 2026년 중반 전 세계 구리 수출의 25% 이상을 공급하며 "구리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부상하고 있으며, 미국은 DRC 국영 광업사 Gecamines와 전략 비축분 공급 협정을 체결했다.¹⁴

개인·기관투자자의 구리 접근: 주식 대안과 전략 자산화

구리는 금·은과 달리 현물 ETF 형태의 직접 투자가 제한적이다. 개인투자자의 주된 노출 방식은 구리 광산주(프리포트-맥모런·사우던 코퍼 등)나 원자재 지수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진다. 기관투자자들은 2025년 12월 LME 구리 선물의 투기적 롱 포지션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며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렸다. 미국 정부의 관세 발표 이전 사전 재고 확보("프리-포지셔닝") 수요도 COMEX 가격을 LME 대비 이례적으로 높이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주목할 점은 구리가 이제 산업 원자재를 넘어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I·에너지 전환·국방이 모두 구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서방 정부들의 공급망 전략에서 구리의 지위를 희토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04. 지정학적 렌즈: 원자재는 이미 전쟁 중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촉발한 원자재 연쇄 충격

2026년 2월 28일 미이란 전쟁 개전 이후 상품 시장 전반에 걸친 재가격화가 발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6년 전체 원자재의 3분의 2 이상이 가격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정학적 충격이 상품 가격 전망을 얼마나 급격하게 뒤바꿨는지를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전 세계 LNG 거래량의 20%가 차단되면서 에너지·비료·식량 가격이 연쇄적으로 올랐다. WEF는 세계 식량 가격이 2026년 약 6% 상승하고, 비료 공급 감소가 2027년 수확량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경고했다.

미중 자원 패권 경쟁: 희토류·구리·은의 공급망 무기화

중국은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60%, 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통제한다. 2026년 1월 중국의 은 수출 라이선스 강화는 이 공급망 통제력의 실체를 보여준 사례다. 구리 정제 능력의 50%를 보유한 중국이 전략적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거나 축소할 경우, 서방의 AI·에너지 인프라 건설에 직접적 타격이 된다. 이것이 미국이 DRC·르완다 등과의 핵심광물 외교를 강화하고, 워싱턴 합의를 통해 DRC의 광물을 미국 공급망에 연결하려는 이유다. 원자재는 이미 지정학의 핵심 전선이 됐다.


05. 역사적 유사 사례 비교: 1970년대 인플레이션 사이클과 2000년대 슈퍼사이클의 융합

통화 가치 훼손과 실물 수요의 동시 폭발

현재의 원자재 강세장은 1970년대 닉슨 쇼크 이후의 금·은 폭등기와 2000년대 초반 중국 발(發) 슈퍼사이클이 혼합된 형태를 띠고 있다. 1970년대가 순수한 통화 가치 훼손과 지정학적 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성격이 강했다면, 2026년의 시장은 자원의 무기화와 달러 패권의 균열(1970년대적 요소)에 더해 AI·에너지 전환이라는 실물 경제의 폭발적 수요(2000년대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과거 은과 구리의 랠리가 투기적 자본이나 단일 국가의 인프라 투자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글로벌 차원의 태양광 패널과 AI 데이터센터라는 대체 불가능한 산업적 소진(Depletion)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지닌다.


06. 변수 및 한계점: 매크로 사이클의 꼬리 위험(Tail Risks)

중국 경제의 하드랜딩과 수요 파괴

구리와 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거시 경제 펀더멘털이다. 중국 당국의 지속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PF 부실과 내수 침체가 구조적 디플레이션으로 고착화될 경우, 글로벌 AI 및 에너지 인프라 투자의 증가분조차 중국 발(發) 산업 수요 급감을 상쇄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구리 가격에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장 큰 변수다.

대체 기술의 상용화 및 통화 정책의 급변

만약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미 연준(Fed)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전면 철회하고 재인상(Rate Hike)으로 선회한다면, 실질금리의 급등으로 인해 단기적인 금 가격의 폭락은 피할 수 없다. 또한, 2차전지 배터리 화학 및 차세대 태양광 패널 제조 공정에서 은과 구리를 저렴한 신소재로 대체(Substitution)하려는 기술적 혁신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 임계점을 넘는다면, 장기 수요 추정치는 전면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07. 투자자 관점 시사점

단기 (2026년)

금은 단기 조정 리스크가 있더라도 구조적 지지 기반이 견고하다. 중동 전쟁 협상 진전 시 단기 차익 실현 매도가 나올 수 있으나, 중앙은행 매입이 하단을 받치며 4,500달러 이상을 지지선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은은 단기 변동성이 크지만 공급 부족 구조가 받쳐주므로 금대은비율(Gold/Silver Ratio)이 55~65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은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흐름을 예상한다. 구리는 6월 30일 미국 관세 재검토 이후 투기 포지션 청산에 따른 조정(10,000~11,000달러 방향)이 가능하나, 장기 공급 부족 내러티브는 훼손되지 않는다.

중기 (2027~2028년)

금은 탈달러화와 BRICS 통화 실험이 가속화되는 시나리오에서 5,400~6,300달러 범위의 구조적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 J.P. 모건은 2027년 평균 5,400달러를 전망했다. 은은 차세대 태양전지(TOPCon, 페로브스카이트)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2027년부터 산업 수요가 추가 계단식 상승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BNP파리바의 2026년 100달러 전망이 시기적으로 2027년으로 이연될 수 있으나 방향성은 유효하다. 구리는 2027~2030년 구조적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중기적 강세 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도 2026년 잉여에서 2027년 구조적 부족으로의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관점

세 금속은 서로 다른 리스크 노출을 가지고 있어 포트폴리오 내에서 보완적으로 기능한다. 금은 통화 헤지와 꼬리 리스크 보험 역할로 안정적 비중이 적합하다. 은은 금 대비 레버리지 효과가 크고 산업 경기에도 연동돼 변동성이 높지만 상방 잠재력도 크다. 구리는 직접 현물 투자보다 광산 기업 주식이나 원자재 ETF를 통한 간접 노출이 현실적이다. CME그룹의 분석대로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채권 간 상관관계가 높아진 환경에서, 세 금속의 조합은 효과적인 분산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TIPS)과 함께 실물 자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현 매크로 환경에서 유효하다.¹⁵


결론(conclusion)

금·은·구리가 동시에 사상 최고 수준에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원자재 강세가 아니다. 이것은 세계 경제 시스템이 세 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재편되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다.

첫 번째 재편은 통화 질서의 전환이다. 달러 기반 글로벌 금융 아키텍처에 대한 신뢰가 구조적으로 훼손되면서 중앙은행들이 금을 전략적 대안으로 적립하고 있다. 이 흐름은 어느 단일 사건이나 정책으로 반전되기 어렵다. Fed 의장이 교체되든, 미이란 전쟁이 협상으로 종료되든, 중앙은행의 달러 자산 분산 전략은 지속될 것이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의 뉴노멀과 달러 패권의 균열에 대한 분석에서 살펴봤듯, 이 달러 약세 구조는 금속 가격의 가장 강력한 장기 지지대다.

두 번째 재편은 에너지 전환과 AI 인프라의 물질적 토대다. 디지털 전환은 비물질화(dematerialization)를 가져올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현실은 정반대다. AI 연산과 재생에너지는 더 많은 구리·은·리튬·희토류를 필요로 한다. 이 물질적 수요는 소프트웨어처럼 복사할 수 없다. 광산은 15년이 걸리고, 채굴 품위는 해마다 낮아진다. 수요는 정책으로 결정되고, 공급은 지질학으로 제한된다. 이 비대칭이 원자재 시장의 구조적 강세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세 번째 재편은 지정학적 분절화다. 호르무즈 봉쇄, 미중 기술 전쟁, 중국의 희토류·은 수출 통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글로벌 공급망이 효율성보다 안보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면서 원자재는 경제재를 넘어 전략 자산이 됐다. 이 분절화는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구조적으로 높이고, 특정 자원을 통제하는 국가와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결론적으로, 금·은·구리가 동시에 강세인 세계는 인플레이션과 탈달러화, 에너지 전환, 지정학적 분절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세계다. 이 세 힘은 서로를 강화하며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가격 조정은 언제든 가능하다. 그러나 이 구조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은 단기 재료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추세의 반전이다. 세계 경제는 지금 그 추세의 가장 극적인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 면책 고지 (Disclaimer)

본 리포트는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특정 정권과 정부, 정치인에 대한 지지/비판을 하지 않습니다. 공시된 데이터와 역사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거시적 시스템 분석 기사입니다. 시장의 모든 변수를 예측할 수 없으며, 모든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의 책임은 열람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작성자(Neutral Observer)는 분석의 신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나, 제공된 정보의 완벽한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출처 및 참고 자료

¹ J.P. Morgan Global Research, Gold Price Predictions 2026 (2026.02.02) — https://www.jpmorgan.com/insights/global-research/commodities/gold-prices

² Carbon Credits, Silver Price Hits $64 as Supply Deficit Enters Fifth Year (2025.12.11) — https://carboncredits.com/silver-price-hits-64-as-supply-deficit-enters-fifth-year-prices-may-reach-100-oz/

³ Disruption Banking, Are Copper Prices About to Surge? (2026.03.09) — https://www.disruptionbanking.com/2026/03/09/are-copper-prices-about-to-surge/

⁴ World Bank Blog, When Uncertainty Rises, Gold Rallies (2025.12.09) — https://blogs.worldbank.org/en/opendata/when-uncertainty-rises--gold-rallies

⁵ Kavout, Gold and Silver Price Forecast 2026: Why Precious Metals Hit Record Highs (2025.12) — https://www.kavout.com/market-lens/gold-and-silver-price-forecast-2026-why-precious-metals-hit-record-highs-and-what-comes-next

⁶ Oxford Economics, How the Iran War Is Reshaping Commodity Markets in 2026 (2026.04.01) — https://www.oxfordeconomics.com/resource/how-the-iran-war-is-reshaping-commodity-markets-in-2026/

⁷ SSGA (State Street Global Advisors), Gold 2026 Outlook: Can the Structural Bull Cycle Continue to $5,000? (2026.01) — https://www.ssga.com/us/en/intermediary/insights/gold-2026-outlook-can-the-structural-bull-cycle-continue-to-5000

⁸ Saxo Bank, Silver's Breakout Year: From Monetary Hedge to Industrial Powerhouse (2025.12.10) — https://www.home.saxo/content/articles/commodities/silvers-breakout-year-from-monetary-hedge-to-industrial-powerhouse-10122025

⁹ Kotak Mutual Fund, Silver Is the New Rare Earth: Demand, Supply and Global Shifts (2026.01.21) — https://www.kotakmf.com/Information/blogs/silver-is-the-new-rare-earth_

¹⁰ Equiti, Strong Industrial Demand Supports Silver in 2026 (2026.01.21) — https://www.equiti.com/sc-en/news/global-macro-analysis/strong-industrial-demand-supports-silver-in-2026/

¹¹ Investing News Network, Silver Price Forecast: Top Trends for Silver in 2026 (2025.12.30) — https://investingnews.com/daily/resource-investing/precious-metals-investing/silver-investing/silver-forecast/

¹² Mead Metals, 2026 Metal Market Forecast: Copper, Steel and AI Demand (2025.12.31) — https://www.meadmetals.com/blog/metal-industry-outlook-2026-procurement-guide

¹³ Canadian Mining Report, Why Copper May Become the Most Strategic Metal of the AI Era (2026.03.09) — https://www.canadianminingreport.com/blog/why-copper-may-become-the-most-strategic-metal-of-the-ai-era

¹⁴ Financial Content / Market Minute, Copper's Crimson Peak: Record Prices Face Mid-2026 Correction (2026.03.30) — https://markets.financialcontent.com/stocks/article/marketminute-2026-3-30-coppers-crimson-peak-record-prices-face-mid-2026-correction-as-goldman-warns-of-speculative-cooling

¹⁵ CME Group, Precious Metals Outlook 2026: Market Dynamics Following a Record-Breaking Year (2026.01.08) — https://www.cmegroup.com/articles/2026/precious-metals-outlook-2026-market-dynamics-following-a-record-breaking-year.html

¹⁶ World Gold Council, Gold Outlook 2026: Push Ahead or Pull Back (2025.12.04) — https://www.gold.org/goldhub/research/gold-outlook-2026

¹⁷ Goldman Sachs, 2026 Commodities Outlook: Ride the Power Race and Supply Waves (2025.12) — https://www.goldmansachs.com/pdfs/insights/goldman-sachs-research/2026-outlooks/CommoditiesOutlook202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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